때로는 복부의 형태를, 때로는 퉁퉁 부은 노동자의 손의 형태를 빌려와 작품화 하는 우한나는 생명을 가진 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표현하며 활동하는 작가이다. ‘형형색색’이라는 수식어가 무엇보다도 잘 어울리는 그의 다양한 패브릭 작업은 공통적으로 작가가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명료한 단수(single)보다는 오합지졸의 복수(plural)”를 선호한다는 작가 노트 속 그의 이야기는 자신이 추구하고 귀애하는 사회의 형태, 즉 오합지졸들이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게끔 한다. 소재와 모양이 전부 달라도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는 그의 작품 속 요소들, 혹은 다른 종과의 수평적 관계를 도모하는 작업 주제까지, 그는 서로 다른 이들 간의 연결지점을 찾아주는 일을 결코 쉬지 않는다. 관람객과의 더욱 긴밀한 커넥션 형성을 위한 일종의 도전인 이번 ‘Connection: Woo Hannah Open Studio’전의 다소 특색 있는 형식은 어찌 보면 그로서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우한나는 관람객을 자신의 작업실로 직접 초대한다.
전시 공간은 작가의 생생한 작업 현장을 담고 있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1시간, 짧다면 짧은 시간만 관람이 가능한 이 전시는 각 시간대 별로 관람자에게 다른 광경을 선사한다. 작가가 바로 전 날 밤까지 작업을 하다가 떠난 흔적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오전 타임은 작업실을 세부적으로 뜯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현황이나 작업에 사용되는 재료와 기구 등 작업실은 꾸밈 없는 모습으로 방문하는 이들을 반긴다. 오후 타임에는 작가가 작업을 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정적인 분위기로 작품이 전시되던 장소에 미싱이 돌아가는 소리, 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말소리, 그리고 작업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그의 ‘노동요’가 담긴 플레이스트 등이 자연스러운 소음이 되어 섞여 든다.
가장 날 것의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관람객들과의 더욱 긴밀한 ‘커넥션’을 형성하기를 원한다. 이는 단순히 작품이 완성된 상태를 정제된 공간 내에서 감상만 해야 하던 이들의 위치를 높이고 자신의 작업 과정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위치를 낮추는,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는 일이기도 하며, 다소 멀게 느껴지는 대중과 작가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추후 다른 장소에서 완성된 모습으로 전시된 작업을 감상하게 될 때, 관람객들은 분명하게 자리잡은 새롭고도 남다른 커넥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